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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통방통

불편한 순대국

by 용접공L 2021. 2. 23.

불편한 순대국

일이 있어서 또 어쩌다 보니.

어느 순댓국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정장을 입고 둘 셋씩 떨어져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 사이로, 보아도 현장 근로자. 듣자 하니 일용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5명이 모여서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들어 올 때만 해도 2명, 3명이라 하고 들어왔을 텐데 어느샌가 그새를 못 참고 같은 무리라 하고 티를 내며 시끄럽게 이야기하고 있었고, 아직 사적모임 5인 이상 금지인 시기라 다른 사람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었지만, 그 무리는 전혀 상관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렇게 누구나 다 들으라고 하는 그들의 이야기의 경위는 대충 이러하다.

한사람이 어제 미국 주식을 샀는데 몇 퍼센트가 올랐다. 비트코인을 샀는데 월급의 두 배를 벌었다. 또 그 무리 중 누군가는 그걸 부러운 눈으로 그 대열에 나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냐는 등 그런 내용이었다. 듣기에는 분명 누구나 할 수 있을법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그 불편한 기색을 내던 사람 중 특히정장을 입고 어디에서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수의 무리가 그 이야기를 듣고, 서로에게 고갯짓하며 피식거리고(그건 분명한 비웃음이었다) 불쌍히 여기며 이제는 마음 놓고 떠들라는 암묵적인 허락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뭔가 대단한걸 알았느냥 어떤 사람들은 자랑하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그 자랑거리가 일게 비웃음거리라니,

아마도 비웃은 사람들은 뭔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거나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그 정보를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그 사람들이 갑자기 불쌍해 보였는지, 우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순댓국에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숟가락을 내려놓고 돈을 지불하고 나왔다.

정보와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고민해본다. 정보의 불균형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하나, 정보의 속도는 여전히 많은 차이가 난다. 분명 살기 좋아진세상인데.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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